[시론] 통일, 잊혀진 시대정신과 5,000년의 영토적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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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 잊혀진 시대정신과 5,000년의 영토적 숙명
불과 70여 년 전, 우리는 단 하나의 국호 아래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땅을 일구던 단일 민족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열강의 이념적 대립과 세력 재편이라는 국제정치의 파고 속에 허리가 잘렸지만, 남과 북 모두의 가슴속 깊이 박힌 절대적 시대정신은 언제나 ‘통일’이었다. 5,000년 한민족 역사에 수많은 외침과 환란이 존재했으나, 이토록 단일한 뿌리를 가진 동족이 갈라져 반세기 넘게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비극은 일찍이 없었다. ‘우리의 소원’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민족의 생존 명제이자 역사적 당위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며 세대가 교체되고, 세계화와 극단적 자본주의, 개인주의 물결이 한반도를 덮쳤다. 오늘날 2030 청년 세대에게 통일은 더 이상 가슴 떨리는 민족적 숙원이 아니다. 과도한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부담, 삶의 팍팍함 속에서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은 시대착오적인 슬로건이나 비현실적인 이상주의로 치부되기 일쑤다. 한반도의 남과 북 역시 민족적 연대의식을 내려놓은 채, 오직 체제 존속과 상호 생존을 위해 상대를 꺾어야 하는 냉혹한 ‘오징어 게임’의 상극(相克) 구도로 치닫고 있다.
우리가 통일이라는 가치를 관념적 유희나 전략 게임의 한 장면으로 소비하는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동포들이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제3국을 떠돌며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견뎌내는 탈북민과 해외 동포들의 고통에 과연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는 분노와 아픔을 느껴보았는가. 민족적 자긍심과 연대의식은 사라지고, 모든 인간적·역사적 관계가 오직 손익계산서와 냉정한 국익 전략으로만 환원되는 시대다.
하지만 눈앞의 계산기에만 매몰되어 역사의 대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00년의 세월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우리 선조들의 염원은 명확했다. 분단과 침탈로 빼앗긴 옛 고토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만주와 한반도를 아우르며 민족의 호흡을 하나로 모아 대륙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통일은 한낱 선택 가능한 정책 옵션이나 당장의 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가성비의 문제가 아니다. 반쪽짜리 섬나라로 남을 것인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한민족의 영토적·역사적 숙명이자 필연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의 언어가 바뀔지언정,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향한 근본적 열망까지 지워질 수는 없다. 잊혀져 가는 통일의 시대정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야 한다. 역사의 비극을 끝내고 온전한 하나로 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선조들과 미래 세대 앞에 답해야 할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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